안녕하세요, Hyek입니다.
여러분은 색에 속지 않을 자신이 있으신가요? :)
색은 직관적으로 우리를 판단하게 하고, 때로는 그 직관을 속이기도 하죠.
오늘 만나볼 이야기는 '색을 기호로서 인식'하는 사고입니다.
색과 기호 인식
인류는 동굴에서 생활하던 시절부터 빨간색 버섯을 먹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고, 초록색 과일은 아직 익지 않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처럼 인간은 오래전부터 색으로 주변 사물의 위험성과 장단점을 평가해왔죠.
그런데 판단은 주관적이게 마련이어서 잘못된 경우도 있습니다.
탄산 수에 오렌지색 색소를 섞어놓으면, 대부분 사람은 이것을 환타 같은 탄산음료로 착각하죠.
1) 색으로 맛을 판단하다
'진짜' 오렌지 주스를 좋아하는 스페인 대학 교수들이,
상점에서 판매하는 오렌지 주스를 피험자 백여 명에게 시음하게 하는 실험을 했습니다.
오렌지 주스에 각각 빨간색 색소와 초록색 색소를 섞은 음료 두 가지와, 시판하는 오렌지 주스 한 가지를 제공했습니다.
피험자들은 거의 만장일치로 붉은 오렌지주스가 가장 맛있고, 푸른 오렌지 주스는 약간 시다고 답했죠.
대형 유제품 제조회사에서도 요구르트로 유사한 실험을 했습니다.
색의 중요성을 이해하고자 연구자들은
파인애플 요구르트에 노란색 색소 대신 분홍 색소를,
딸기 요구르트에 분홍색 색소 대신 노란색 색소를 넣었습니다.
이런 사실을 몰랐던 소비자들은 분홍색 요구르트를 맛보며 딸기를 떠올리고, 노란색 요구르트를 맛보며 파인애플을 떠올렸죠.
그들은 연구자들이 의도적으로 색과 맛을 상식과 다르게 결합했다는 설명을 듣고서야,
맛을 잘못 파악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2) 색과 맛에 대한 고정관념
많은 연구자가 색과 맛의 조합에 관한 통념을 조사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분홍색은 설탕, 초록색은 소금, 오렌지색은 후추, 노란색은 신맛과 결합합니다.
파란색은 음식과 가장 무관한 색입니다. 일부 사탕이나 칵테일을 제외하면 음식에서는 파란색을 찾기 어렵죠.
좀 더 넓게 보면, 제품 색의 선명도는 맛을 인식하는 데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진한 케첩에 어울리는 색을 판단하기 위해 세 가지 농도의 케첩을 소비자들에게 맛보게 했을 때,
이들은 색소의 채도가 다를 뿐 같은 케첩을 세 번 먹었다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소비자들은 케첩 색이 짙을수록 원료가 많이 들어가서 맛도 진하다고 믿었죠.
아이들에게 같은 맛의 과일시럽을 채도를 달리해서 시식하게 한 실험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아이들은 시럽 색의 채도가 높을수록 맛이 강하다고 느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맛과 색의 관계는 <소아비만 예방>에 매우 중요합니다.
채도를 높임으로써 설탕이나 버터 맛을 더 진하게 느끼도록 할 수 있으니, 음식에서 당이나 지방 함유량을 줄일 수 있죠.
3) 식용색소의 색
음식산업 종사자들은 제품 색의 중요성을 오래전부터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가공식품 포장에 6포인트 활자 크기(더 작으면 인쇄하기 어렵습니다)로 인쇄된 구성 성분을 보면,
거의 모든 제품에서 알파벳 E와 100에서 182까지의 숫자가 적힌 성분을 볼 수 있습니다.
이는 가공식품 색채전문 요리사가 사용하는 식용색소들이죠. 식용색소를 쓰는 것이 최근 시작된 일은 아닙니다.
오렌지 빛의 계피 색을 내는 주색(E120)과 황화수은은 오래 전부터 사용되었습니다.
식용색소에는 세 종류가 있습니다.
천연소재에서 추출한 '천연색소(캐러멜 E150)', 천연소재에 있지만 공장에서 만든 '합성색소',
천연소재에 없는 '인공색소(파란색 E131)'가 그것입니다.
유럽 식품안전청은 모든 색소의 독성 유무를 조사하고 감시합니다.
2007년 일부 화학색소 때문에 아이들이 과잉 행동을 한다는 논란이 일었고,
그 결과 사탕에 많이 함유된 합성색소는 비트나 시금치즙에서 추출한 다른 색소로 대체되었죠.
우리가 사용하는 색소 10분의 9가 코셔와 할랄에 적합하다는 것은 유대인과 무슬림 모두에게 희소식일 겁니다.
그런데 채식주의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50% 이상의 동물성 색소나 출처를 알 수 없는 식품을 소비합니다.
사실 기업가가 화학색소의 출처를 명시해야 할 법적인 의무는 전혀 없죠.
출처가 불분명한 식용색소 중에서 채식주의자가 주의해야 할 색소는,
동물성이 조금이라도 포함된 E103, E111, E124, E128, E143, E173 입니다.
흰색 조리모를 쓰고 흰색 조리복을 입은 요리사들은
색에 무척 민감해서,
피자를 더 붉게 만들고 박하 시럽을 더 선명한 초록색으로 만들기 위해 기꺼이 색소를 사용합니다.
색소를 넣지 않은 스피어민트 시럽과 아이시 페퍼민트 시럽은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거의 같은 맛으로 평가받았죠.
따라서 아이시 페퍼민트 애호가라면 색소를 넣지 않을 것입니다.
4) 문화적 영향을 받는 '색'
제품 색은 대상에 따라 소비자들의 정밀 테스트를 거쳐 결정되는 경우가 흔합니다.
입맛을 돋우는 이상적인 색은 문화적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죠.
미국인에게 갈색 껍질의 달걀을 팔기는 매우 어려울 것입니다. 반대로 흰색 껍질 달걀은 프랑스에서는 팔기 어렵죠.
프랑스에서는 노란 마요네즈가 맛있다고 생각하고, 미국에서는 하얀 마요네즈가 맛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같은 나라에서도 색에 대한 기대치가 근본적으로 다른 경우에는 문제가 복잡해집니다.
사과를 예로 들어 볼게요.
어떤 사람은 초록색 사과가 밭에서 금세 따온 것처럼 신선하다고 생각합니다.
반면에 어떤 사람들은 초록색 사과가 온갖 화학약품과 방부제로 뒤범벅이 됐다고 생각하죠.
그리고 초록색의 사과의 신맛을 불쾌하게 느낍니다.
좋은 사과의 색은 단언할 수 없습니다.
빨간 사과, 노란 사과, 갈색 사과도 있죠.
분명한 사실은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초록색 사과를 좋아한 사람들이, 빨간 사과를 좋아할 수도 싫어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문화적 선호도에 따라 시장에서 여러가지 색의 사과를 구할 수 있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색은 제품에 맞게 적용돼야 합니다.
스테이크를 파란 색소로 물들인다면, 누구도 그런 스테이크를 먹으려 하지 않겠죠.
우리의 조상 중 누군가가 파란색 음식을 먹고 식중독에 걸렸을지도 모릅니다. 그 뒤로는 무엇이든 파란색 음식은 먹지 말라는 강한 신호가 무의식에서 전달되죠.
5) 색을 마케팅에 활용하다
최종 제품의 색채, 색감, 채도를 선택하는 것은 본능적인 욕망에 달려 있지만,
세심한 마케팅 포지셔닝에 따라서도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브리오슈 빵은 색이 어두울수록 장인 제빵사가 만든 것처럼 보이고, 색이 옅을수록 칼로리가 적어 보입니다.
마찬가지로 빵 색이 짙을수록 맛이나 가격과 상관없이, 영양가 높고 호밀이 더 많이 포함된 것처럼 보이죠.
그릇의 색도 맛을 인식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핫초코는 오렌지색이나 크림색 잔에 담겼을 때 가장 맛있어 보입니다. 흰 잔에 담긴 커피는 투명한 잔에서 담긴 것보다 더 진해 보이죠.
탄산음료가 잔에 따라 청량감 차이가 느껴지는 경험은 모두 해보셨을 겁니다.
파란색 잔의 음료가 갈증을 가장 잘 해소해주는 듯하고, 초록색• 빨간색• 노란색 순으로 청량감이 점점 낮아집니다.
음식을 서빙할 때도 앞서 말한 보색 개념이 내용물을 돋보이게 합니다.
당근은 파란색(당근색의 보색) 접시에 담아 서빙할 때 가장 인상적으로 보이죠.
몸매를 관리하고 싶다면, 음식과 가장 거리가 먼 색의 접시를 사용해보세요.
볼로네즈 스파게티를 빨간 접시에는 가득 담으려는 경향이 있는 반면, 흰 접시에는 조금 담게 됩니다.
반대로 흰 접시에 쌀밥을 담을 때는 양껏 푸는 반면, 짙은 색의 그릇에는 양을 줄여 담게 되죠.
결론적으로, 본능 때문이든 식이요법 때문이든 접시는 음식의 색과 최대한 대비되는 색을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6) 시각으로 맛을 음미하다
음식을 맛볼 때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눈으로 먼저 음미합니다.
서양이든 동양이든 셰프들은 오래전부터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죠.
일본에서는 작은 선술집에서조차 색 조합에 신경을 써서 접시에 음식을 담아 내놓습니다.
끝만 붉게 물들인 베니쇼우가(생강 초절임)가 없는 초밥을 상상할 수 있을까요?
손님이 설령 먹지 않는다고 해도, 그것이 없으면 허전하고 풍미가 덜한 느낌이 들겠죠.
인식에서 시각이 미각보다 영향력이 더 크다는 것은 두말 할 나위가 없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파리에 있는 '어둠 속에서? (Dans le noir?)'라는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해보기를 바랍니다.
이곳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시각장애인들이 손님을 테이블로 안내하고 음식을 서빙합니다.
물 마실 때 잔 위쪽을 손가락으로 더듬어 양을 확인하는 방법도 알려줍니다.
이 식당에서 가장 놀라운 것은 타인과의 관계가 변한다는 점입니다.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을 이해하거나 일행 중 말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내려면 더 집중할 수밖에 없죠.
시각을 빼앗긴 대가로 친구들 목소리를 재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온전히 집중해서 친구들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되죠.
가장 당황스러운 것은 접시에 어떤 음식이 담기는지 알 수 없다는 점입니다.
이 식당에서는 모르는 음식을 주문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먹으면서 그것이 어떤 음식인지 맞혀보세요.
맛을 재발견하고 식감과 풍미에 집중하면서 맛에 대한 인식 자체가 달라질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그 식당에서 잘 익은 생선을 맛있게 먹었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양고기 소테였다고 하죠.
색은 시각을 사로잡아, 우리의 미각까지 혼란스럽게 하는 대단한 힘이 있네요.
그럼 다른 글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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