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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학

신비로운 신과 악마의 색

by hyyek 2022. 10.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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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Hyek입니다.

앞으로 몇 편의 글에서는 색에 대한 '미적반응'을 알아보려고 합니다.
색에 대한 미적반응이라니 좀 어렵죠?

우리는 시각을 통해 색을 인지하고, 색에 대해 반응합니다.
반응을 할 때, 생물학적으로 반응할 수도 있고, 심리적으로 반응할 수도 있고, 미적인 관점에서 반응할 수도 있죠.
그 중에서 색에 조금 더 미적인 관점으로 반응했던, 그리고 다루어왔던 사례들을 살펴볼게요.

태초의 인류가 그린 벽화에서 알 수 있듯,
고대부터 인간은 색채를 다루어왔습니다.
그 바탕 위에 시간이 흐르며 색에 대한 개념과 사상들이 조금씩 덧붙여져,
개인의 철학이 되기도 하고 사조가 되기도 했답니다.


고대의 '상징주의와 색채'

'신비로운 것'을 <상징>으로 표현하다


오늘날 '아름다운 것'으로서의 색채에 대한 태도는
대체로 <르네상스 시대>로부터 비롯됩니다.
르네상스는 인간과 자연을 있는 그대로 아름다움의
대상으로서 바라보았던 것인데,
그 이전 고대인들의 색채 사용은 본질적으로 '정서적, 심미적인 것'과는 관계가 없었습니다.

그들의 목적은 "우주의 신비로움과 초자연적인 것의 힘을 상징화" 하려는 열렬한 욕구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집트인의 상형문자와 무덤, 관의 장식들은 섬세한 기호나 왕을 위한 사치스러운 장식품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어떤 마법적이고 신비로운 목적을 둔 상징에
가깝습니다.
이집트 사자의 서(Book of the Death)에서 발견된 장식 무늬에 대하여, 학자 버지.E.A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그 장식들은 다양한 원형을 도형화한 것으로서
첨가되었을 것이다.
예술적 이상이나 발전과 관계없는 어떤 '목적'을
가지고 그려지고 채색되었다고 믿는다.
그 목적은 마법적 수단으로서 죽은 자들을 이롭게 하는 것이었다.”

사자의 서(Book of the Death)


나일의 계곡에서 뿐만 아니라 칼데아(바빌로니아 남부 지방), 인도, 중국, 그리스, 로마의 내부 장식, 조각, 회화, 도안 등에서 이러한 점은 동일하죠.
벽 장식, 조상, 장식 무늬로 인간은 그의 삶에 매력을 더하였고, 신을 숭배하였으며 철학과 과학을 기술하였고, 지상과 천국의 모든 지역을 찾아 밝히고, 역사를 기록했으며, 생명을 보호하고, 인간의 구원을 확신시켰습니다.

고대의 예술은 심미적이거나 개인적 충동에 의해 자극을 받아 형성된 것이 아닌, 목적을 두고 철저히 상징화된 작업이었다는 것이죠.


고대 문명을 통틀어 꽤 사실적인 초상화가
몇 개 발견되지는 했지만,
고대의 미술가들(대부분 작자 미상이지만) 중
그 누구도 추상적이거나 순수하게 낭만적인 표현,
곧 현대의 많은 작가들이 즐겨 다루고 있는 자유, 희망, 자비, 영감 등과 같은 주제를 놓고 몰두하지는 않았습니다.
실제로 이들 고대 장식가들은 자연과 신의 조화, 기우, 풍년, 전염병과 질병으로부터의 구제,
사후의 생활과 같은 당시로서는 보다 실제적인 문제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오직 순수한 색만이 가능한 '상징주의 색'


저번 글에서 살펴본 것 처럼,
르네상스 시대 이전의 약 4000년 동안 색채 팔레트의 색은 매우 단순했습니다.
<빨강, 금색, 노랑, 녹색, 파랑, 자주, 검정, 흰색>이었죠.
대다수가 자연의 천연 원료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로, 다른 색이 섞이지 않은 순수한 원색이었습니다.
이들 색채는 '신비로운 신들, 악마들 그리고 영생의 신비'에 대해 말하고 있죠.

문화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노랑, 금색, 파랑, 흰색은 '신'들을,
검정은 '악마'를 상징하는데 사용되었습니다.
이집트 신 중 망자를 사후세계로 인도하는 신인
'아누비스'의 머리가 검은 자칼이고,
피부는 붉긴하지만요.

아누비스 신


근원을 표현하는데 원색이 사용되는 예도 있습니다.
분홍이나 흑장미색, 밤색이 아닌 오로지 '빨간색'만이
인류와 자연의 기본 구성 요소인 불, 낮의 색상을 나타낼 수 있었습니다.

또한 물들이거나, 명암을 넣지 않은 순수한 '파란색'만이 자연의 공기, 신의 색상을 나타낼 수 있었습니다.

여담으로, 이집트에선 자연적으로 형성된 광물을 구하기가 어려웠기에,
석회/ 구리/ 이산화규소/ 천연 탄산소다 등을 치밀하게 조합하여 가열하게 파랑색을 만들었는데
이것이 그 유명한 '이집션 블루'입니다.
인류 역사상 원소들을 조합하여 만든 최초의 합성 컬러하고 하네요.

고대 문명에서의 색채는
지상과 내세의 삶에 대한 직접적이고 생생한 설명을
해주기 때문에, 바로 그 순수한 색채여야만 했습니다.



고대문명은 동일한 '상징주의 색'을 사용했다


전의 글에서도 말씀드렸지만, 흥미롭게도 이러한
'상징주의 색'들은 거의 동일하게 모든 고대 문명에서 발견됩니다.
아프리카에서부터 소아시아, 아시아, 유럽,
그리고 남,북 아메리카의 마야와 잉카 문명에 이르기까지입니다.
그리스 건축과 조각에서도 마찬가지로 몇몇 동일한
색들이 수세기에 걸쳐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색은 인류와 더불어 발전해왔기 때문에, 인류의 문명, 종교, 삶과 긴밀하게 엮여있죠.
고대의 다양한 지역에서 유사한 색들이 유사한 것을
의미하며 사용되었고,
사용된 색들의 상징이 지금까지도
유사한 상징으로 쓰인다는 것을 생각하면
색채에 대한 원초적이고 근본적인, 타고난 DNA가
인간에게 내재된 것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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